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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된 대학사회 꿈꾸는 미디어 공론장, ‘트웬티’


BY  ON 

“전역하자마자 휴학하고 창업했어요. 첫 번째 창업은 나름대로 수익을 냈고, 이후 두 번째 창업을 했는데 말아먹었거든요. 창업할 때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나 의사소통 방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복학해서 대학캠퍼스 밟아보니까 대학생들은 지역, 학과, 전공에 따라 폐쇄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거예요.”(김태용)

대학생은 모바일·연결에 가장 익숙한 세대 중 하나다. 대다수 시간을 타인과 연결돼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대학 내 의사소통 방법은 무척 고루하다. 학내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수단은 전지로 된 대자보와 현수막이다. 아이러니하다. 김태용 트웬티 대표는 대학 내의 의사소통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세 번째 창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대학생들을 위한 정보, 주변 식당들 할인정보부터 대학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조그만 앱을 만들었습니다. 하다가 조금 더 미디어적인 성향을 띠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고요, 그게 지금의 ‘트웬티’입니다.”(김태용)


미디어의 영향력을 확인하다

지난해 겨울, 이른바 ‘동국대 사태’가 있었다. 자승 총무원장을 포함, 조계종 고위직들이 동국대 총장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다. 동국대 학생들은 종단의 동국대 총장선거 개입을 규탄하며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민주적 재구성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총학생회장의 12시간 3천배, 부총학생회장은 50일에 가까운 기간 단식을 감행했고,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일면/보광스님의 이사 해임을 요구하며 투신 예고를 하는 등 사태가 악화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기 직전까지도 바깥은 잔잔했다. 부총학생회장의 단식이 40일이 넘어가자 <한겨레> 등의 주요 언론에서 문제를 다뤘다. 그때부터 사태가 드라마틱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대학사회가 진짜, 진짜 안 바뀝니다. 애들이 단식하고 운동하고 그래도 안 바뀝니다. 그런데 미디어가 조명하니까 사태가 달라졌어요. 이때 미디어의 영향력을 직접 제 눈으로 확인했던 것 같아요(김태용)”





미디어의 영향력에 관심을 둔 트웬티 팀은 학교들을 돌며 교지, 학보 등을 수집해서 읽기 시작했다. 읽다 보니 그저 학교 사람만 보기에는 아까운 글도 상당했다. 트웬티는 이런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좀 더 효과적인 수단으로 널리 전파하고자 했다. 학내언론에 관심을 가지면서 학내언론이 얼마나 학교 행정에 휘둘리기 쉬운 상황인지도 알게 됐다.

“학보만해도 예산문제도 있고, 총장이나 주간 교수 스타일에 좌우도 많이 되고, 기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더라고요. 이를테면 독자가 누군지 알고, 정확한 피드백도 받아야 하는데 마땅한 것도 없고. 

데이터라는 수단을 통해서 글 쓰는 사람이 독자를 파악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김태용)

대학 문화 부조리 살펴보는 뉴스 콘텐츠

트웬티의 콘텐츠는 크게 세 종류다. ‘오늘의 대학생’, ‘트웬티 뉴스’, 학보 등 기고 바탕의 글 등이다. 이후에는 모바일 다큐멘터리 영상이나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짧은 꿀팁 영상도 만들 생각이다. 트웬티의 대표적인 콘텐츠인 ‘트웬티 뉴스’는 지속해서 대학 이슈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 최광백 트웬티 커뮤니케이터가 진행하는 짧은 영상 포맷의 뉴스다. 최광백 커뮤니케이터가 중학교 때부터 다져온 수준 높은 진행 실력과 언변을 바탕으로 대학 사회의 이슈를 전달한다.

“대학 문화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이슈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양해야 할 대학생들이 학내 부조리에 얽혀있거든요. 이런 건 언론에서 이야기를 안 하면 내부적으로 바뀌지도 않고요. 이 외에 프라임사업, 대학 구조 개혁 등의 문제나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소재 – 이를테면 시험 기간 진상 TOP5 – 같은 것도 만들어봅니다.”(최광백 커뮤니케이터)

트웬티 뉴스는 페이스북을 주로 활용한다. 뉴스의 정보도 페이스북을 통해서 수집하고, 포맷과 발행 주기도 페이스북 반응을 살펴가며 조절한다. 길이가 길어 이탈률이 높아지는 걸 보고 동영상 길이를 줄였고, 너무 자주 올려 노출이 잦아 관여도가 낮아지는 걸 확인한 뒤 이틀에 한 번 정도의 발행으로 간격을 뒀다.


기고는 주로 학보나 교지와 협력해서 받는다. 대학언론의 영향력이 많이 줄었지만, 김태용 대표는 학생사회에서 대학언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이곳 저곳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디지털 영역에서 학내언론이 적응·변화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취지도 있다. 자체 개발해 쓰고 있는 트웬티 콘텐츠 관리 시스템(이하 CMS)의 기능을 활용, 독자 데이터를 학보 측에 제공하는 식이다.








모바일 최적화, 독자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CMS

“얼마나 읽는지, 어디까지 스크롤을 내리는지, 읽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누가(학번, 학과 등) 읽는지, 해당 콘텐츠에 어떤 분들이 관심을 두는지를 알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박영우 캡틴 디벨로퍼)”

트웬티는 개발팀에서 자체 개발한 CMS를 가지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소비 경험을 좋게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 기능도 우수하고, 디자인도 깔끔하다. 트웬티 CMS는 트웬티 팀이 향후 수익모델로도 삼아볼까 고민할 정도로 완성도를 갖췄다. CMS에서는 모바일 커버 이미지, 데이터 열람 기능, 콘텐츠 배포기능 등을 지원한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독자 타기팅 기능도 넣고자 한다. 향후 학내 언론에 개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앱 기반의 미디어 공론장 꿈꾼다

지금은 웹과 페이스북을 이용해 콘텐츠를 유통하지만, 트웬티는 앱에서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웹을 먼저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초기 미디어에 앱은 자칫 실패한 전략이 되기 쉽다. 앱을 쓰면 초기 개발 장벽은 더 높은데 접근성은 오히려 낮아진다. 김태용 대표는 “잘못된 선택이었다”라고 말하면서도 앱 기반의 미디어를 포기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만들어야 그리는 그림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트웬티는 로그인 기반으로 만들어 독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속보 알림도 붙이고자 한다. 포털이나 페이스북 댓글란보다는 좀 더 토론이 가능한 방식의 댓글 서비스를 구현할 생각이다. 앱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궁극적으로는 학생사회의 공론장을 꿈꾼다.

“지역과 학교, 전공과 학번에 관계없이 모든 대학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단순 미디어 커뮤니티가 아니라 모바일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대학생을 연결하고, 대학사회의 성장을 도우며,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힘 있게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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