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와 함께한 5주, Taxfolio 개발 회고
처음엔 단순한 불편함이었습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양도소득세를 직접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증권사마다 서비스를 제공하긴 하는데, 찾아서 쓰기도 어렵고 여러 증권사에 분산된 거래내역을 하나로 합치는 건 너무 귀찮았습니다.
세무사에게 맡기자니 비용이 아깝고, 직접 하자니 계산이 복잡했습니다.
'그냥 만들면 되지 않나?'
시니어 PM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서비스 기획서를 썼지만, 혼자 만들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개발자도 없었고, 디자이너도 없었습니다. 있는 건 Claude와 퇴근 후 시간뿐이었습니다.
3일 만에 MVP가 나왔습니다
퇴근 후와 주말, 실제 작업 시간으로 따지면 3일이었습니다.
소셜 로그인 3종, FIFO 손익 계산, 4개 증권사 CSV 파싱, 절세 시뮬레이터, 포트폴리오 대시보드, 관리자 페이지까지.
그 3일 안에 나왔습니다.
기획서를 주면 Claude가 API를 만들었고, 화면 설명을 주면 컴포넌트를 완성했습니다.
MVP 범위를 빠르게 자를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실시간 주가 연동은 넣지 않았습니다. 세금 계산은 과거의 확정된 가격으로 하는 거니까요. EUR, JPY 지원도 미뤘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미국 주식 투자자가 5월 전에 세금을 파악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4월 4일에 리버트를 눌렀습니다.
3분 만에 되돌렸습니다
피그마 디자인을 새로 적용했습니다. 커밋하고 3분 뒤에 리버트를 눌렀습니다.
화면 완성도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봤을 때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인트로 페이지와 서비스 화면 사이에 연결이 없었고, 메뉴 구조가 어색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아, 이거 AI가 만든 사이트구나."
AI가 만든 디자인에는 일관된 패턴이 있습니다. 구성이나 색감, 레이아웃에서 보는 순간 알 수 있는 그 느낌.
Claude는 완성도 있게 채워주지만, 내 서비스가 줘야 하는 감도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레퍼런스를 직접 찾았습니다.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건 제가 해야 했습니다.
이후 5주는 다듬는 시간이었습니다
리버트 이후부터는 작업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방향과 세부 판단은 제가, 실행은 Claude가.
이 역할 구분이 명확해질수록 결과물이 조금씩 제 서비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랜딩과 서비스 화면이 같은 사이드바로 이어지도록 구조를 통일했고, 모바일 하단 탭도 새로 설계했습니다.
블로그와 경제뉴스 섹션을 추가했고, 투자일지 기능도 붙였습니다.
거래 데이터 암호화도 이 시기에 적용했습니다.
MVP에서 미뤘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계산이 제대로 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잠그려 했습니다.
빠르게 쌓는 것과 제대로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3일은 전자였고, 이후 5주는 후자였습니다.
직접 만들어보니 더 잘 느껴졌습니다
기획서엔 없는 결정들이 개발 중에 계속 나왔습니다.
4월 4일 리버트가 대표적입니다. 어떤 PRD에도 "AI 느낌이 나면 되돌려라"는 항목은 없습니다.
인트로와 서비스 화면의 연결감, 메뉴 구조의 어색함, 브랜드 감도.
이런 것들은 직접 보기 전에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릅니다.
개발자에게 "이거 만들어주세요"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함축하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한 줄짜리 요구사항 안에 데이터 구조 결정, 예외 처리, 타입 설계, 성능 고려가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질문과 대답으로 잡아가며 흘려보낸 디테일들을 이번엔 직접 감당해야 했습니다.
AI 협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Claude는 완성도를 높여주지만 방향을 알지 못합니다.
무엇을 만들지,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지,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는 결국 제가 결정해야 했습니다.
빠르게 만드는 것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만든 사람만 모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 회고를 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따로 있습니다.
내가 만든 서비스인데, 뭐가 있는지 정확히 몰랐습니다.
명령을 내리면 Claude가 구현했고, 화면에서 돌아가면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코드베이스를 들여다보니 API 엔드포인트가 50개가 넘고, DB 모델이 16개였습니다.
암호화를 전체 적용했다고 생각했는데 몇몇 필드는 여전히 평문이었습니다. 몰랐습니다.
AI와 협업하면 속도를 얻는 대신 가시성을 잃기 쉽습니다.
"요구사항을 줬으니 됐겠지"라는 가정이 쌓이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서비스 안에 내가 모르는 빈틈이 생깁니다.
실무와 똑같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지금 실제로 뭐가 어디까지 진행되어 있어?"
5주 후, 무엇이 남았나
Taxfolio는 지금 taxfolio.kr에서 운영 중입니다. 사용자는 아직 없습니다.
그래도 남은 것들이 있습니다.
페인포인트 하나를 서비스로 만드는 경험. AI와 협업하는 방법.
시니어 PM이라도 직접 만들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에 대한 자각.
무엇을 잘했는지보다 무엇을 몰랐는지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회고입니다.
Taxfolio는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자동 계산 서비스입니다. FIFO 방식 손익 계산, 환율 자동 반영, 절세 시뮬레이터 기능을 제공합니다. taxfol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