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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富를 다시 과학에 투자… "미래의 블루오션 선점하면서 인류의 꿈도 실현"
2년 후엔 우주관광 시대…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 "내년 시험비행"
머스크는 우주인터넷 구축 승인 절차 
 

2018년 민간 우주 관광 시대가 열린다. 2030년에는 화성에 식민지가 건설되고 우주 인터넷이 개통된다. 말라리아와 에이즈, 암은 앞으로 15년이면 치료는 물론 예방까지 할 수 있다. 20년 내에 뇌(腦)의 모든 것이 밝혀지고, 치매와 파킨슨병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사라진다. 2022년 무렵에 등장할 핵융합 발전은 인류에게 마르지 않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몽상가(夢想家)들의 헛소리가 아니다. 컴퓨터 운영 체제와 인터넷 서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기차를 현실로 만든 IT(정보통신)의 개척자들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이다. 억만장자 거부(巨富)들은 정부도 감히 나서지 못하는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러시모어산에 새겨진 미국 대통령들 대신 인류의 미래에 도전하는 IT 거물들을 그래픽 처리했다. 왼쪽부터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 화성 기지에서 우주복을 입은 앞 사람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이다. 
뒤의 우주인은 핵융합 연구에 투자한 피터 틸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다. 오른쪽 위로 솟아오르는 로켓은 베조스가 세운 민간 우주 업체 ‘블루 오리진’의 ‘뉴셰퍼드’이다.


억만장자 3인의 우주 레이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지난달 10일 자신이 세운 민간 우주개발회사 '블루 오리진' 공장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그라다팀 페로키테르(Gradatim Ferociter·한 단계씩 맹렬하게)'라는 라틴어 슬로건이 붙어 있는 공장에서 "내년 시험비행을 거쳐 2018년 유료 우주 관광을 시작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로켓 '뉴셰퍼드'는 6인승 유인 우주선으로 100㎞ 밖 우주로 올라가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다.

베조스에게는 두 명의 억만장자 경쟁자가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와 버진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세워 이미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과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머스크는 "2030년 화성과 지구를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미 미국 연방항공청에 우주 인터넷 구축 계획을 제출해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브랜슨이 설립한 버진 갤럭틱은 비행기처럼 생긴 우주선 '스페이스십'을 개발하고 있다. '비행기처럼 타고 110㎞를 올라갔다가 자유낙하면서 무중력 상태로 와인을 마시는 관광'이 브랜슨의 구상이다.

세 사람의 구상은 즉흥적인 발상도, 부자들의 돈놀이도 아니다. 베조스는 다섯 살에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을 본 뒤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을 찾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마존의 성공은 "(우주탐사라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한 로또"라고 표현한다. 머스크는 "전기차는 환경오염을 늦춰, 화성으로 이주할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돈을 벌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스페이스X를 세운 것이었다.

모두 현재의 로켓 기술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베조스는 지난해 뉴셰퍼드 로켓을 발사한 뒤 온전하게 착륙시키는 시험에 성공했다. 로켓을 재활용하면 우주 관광 비용을 수백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수억원만 내면 우주인이 될 수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유인 우주선인 '드래건2'의 비상탈출 시험에 성공했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나 컬럼비아호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전투기 기술을 로켓에 접목한 것이다. 브랜슨은 발사대가 필요 없는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대형 여객기에 '론처 원'이라는 로켓을 탑재한 뒤 공중에서 이를 분리해 쏘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러면 인공위성 발사 비용을 기존의 20%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반도체를 넘어 생명공학 혁명으로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폴 앨런은 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기고문에서 "우리는 이제 지식의 핵심을 알기 위해 격이 다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앨런은 "1975년 반도체 혁명이 시작되면서 나를 비롯한 수많은 젊은 창업가가 회사를 세우고, 모든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혁명을 일으켰다"면서 "이제 우리는 또다른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앨런은 새 혁명이 일어날 곳으로 생명과학을 지목했다.

두 차례 암 투병을 한 앨런은 뇌과학, 생명과학 연구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각종 연구소를 세우고 기부한 돈만 20억달러가 넘는다. 지난주에는 미국 시애틀에 '폴 앨런 프런티어스 그룹'을 만들었다. 그는 "항공 재벌인 하워드 휴즈가 세운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가 전 세계인을 질병에서 구한 것을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뇌 구조를 밝혀내 더 똑똑한 인공지능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빌 게이츠는 질병 정복으로 세계 평화를 꿈꾼다. 게이츠는 말라리아를 ‘인류의 비극’이라고 부르며 영국 정부와 함께 올해부터 5년간 5조원 이상을 관련 연구에 투자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말라리아 모기를 박멸할 수 있는 살충제를 개발하고, 말라리아 백신의 효능을 높일 계획이다. 게이츠는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말라리아 모기를 채집하는 ‘프로젝트 프리모니션’도 진행하고 있다. 말라리아와 에이즈 등 질병 연구와 예방에 기부한 금액은 지금까지 300억달러. 우리 돈으로 34조원이 넘는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노화와 암 연구를 위해 헬스케어 기업 칼리코를 세웠다. 이들 역시 질병 없는 세상이 목표이다. 두 사람은 칼리코에 지난해에만 15억달러를 내놓았다. 오라클 공동 창업자인 래리 앨리슨, 델 창업자 마이클 델,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르, AOL 공동창업자 스티브 케이스, 넷스케이프의 마크 앤드리슨 등도 각종 생명공학과 질병 정복에 막대한 돈을 내놓고 있다.

석유와 석탄은 온실가스를 내뿜으며 지구를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새 에너지를 찾는 분야에도 IT 억만장자들이 빠지지 않는다. 빌 게이츠는 원자력에 관심이 많다. 2010년 테라파워를 설립해 우라늄 대신 토륨을 사용하는 원자로를 개발 중이다. 토륨은 매장량이 천연 우라늄의 4배에 이르고 핵 폐기물 발생량이 적다. 사고 위험도 낮다.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에너지원은 핵융합이다. 수소가 헬륨으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태양이 내뿜는 빛과 열의 원천이기 때문에 ‘인공 태양’으로도 불린다. 현재 과학자들이 시도하는 핵융합 발전은 고온·고압에서 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인 플라스마를 만들어 그 안에서 핵융합을 일으킨다. 플라스마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짧고,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다. 베조스와 앨런,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 등은 대형 장치가 필요 없는 새로운 핵융합 기술에 수백억원씩을 투자했다. 베조스가 투자한 캐나다 벤처 제너럴퓨전은 2020년까지 소형 핵융합 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미국, 러시아 등 7개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2045년 핵융합 상용화를 예견한다. 이들의 도전이 현실화되면 에너지 혁명이 수십년 빨리 실현될 수 있다.

‘세계 평화’나 ‘우주 정복’ 같은 목표를 제시하지만, 억만장자들이 허공으로 돈을 버릴 리는 없다. 우주개발, 질병 치료, 에너지 모두 실현되면 막대한 이익이 보장되는 분야들이다. 현재의 성공을 기반으로 미래의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신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腹案)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혁명이다. 우주 혁명일 수도, 에너지 혁명일 수도, 생명공학 혁명일 수도 있다. 기술로 번 돈을 과학에 투자하고, 그 과학으로 다시 미래를 사는 이들의 선견지명은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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