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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프로그램 ‘토렌트’를 통해 유통되는 저작물을 미끼로 거액의 합의금을 뜯어내는 일부 저작권자와 대리인의 행태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무분별한 기획성 ‘합의금 장사’ 행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인천지방법원은 소설 저작권자가 토렌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설 저작물을 내려받았다고 주장한 231명에게 1인당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에 대해 소 각하 판결을 선고했다(2014가합51967). 각하는 소송이 적법하지 않은 경우에 내려지는 처분이다.

재판부는 “속칭 합의금 장사를 위한 공동소송을 제기해 피고인들을 시달리게 하는 것은 민사소송의 본질에 맞지 않아 위법하다”라고 각하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본래 공동소송은 ‘쟁점의 공통’, ‘구체적인 관련성’등의 특징이 있을 때만 필요하다고 인정된다. 묶어서 처리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소송 일방의 편익만을 위하여 무분별하게 남용될 경우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공동소송을 제기한 근거는 유토렌트를 사용했다는 것, 피고의 아이피 주소로 원고의 소설 캡처 화면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 “116명의 피고들 상호 간 그들 각각의 행위와 관련 시간 내지 장소의 근접성, 방법의 단일/동일성, 의사 연락의 공모나 과실 등의 구체적인 관련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상호 간 전혀 무관한 1개의 공동 소송에서 광범위하게 탐지되는 불합리함이 발견됐다”라고 공동 소송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합의금 장사에 제동

법원은 이 사건이 ‘합의금 장사’라는 기획소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가 수십 명에 달하는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피고나 피고의 부모를 통하여 합의금을 받아내려는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저작권자는 60명의 피고에 대해서는 합의금을 받은 이후 소를 취하했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저작권자 측은 소 취하를 대가로 측은 1인당 100여만원 이상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해당 소설 저작권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전, 피고들을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형사를 고소했으나,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기소유예는 ‘죄가 없진 않지만, 기소할 정도는 아니다’ 정도의 처분이다. 재판 진행 중 창원지방법원에서 토렌트 프로그램의 이용 사실만으로는 특정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형사 무죄 판결이 확정되면서 이번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를 용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판부는 공동소송이 위법하기 때문에 각 피고 별로 저작권 침해 여부가 증거에 의해 엄격하게 판단돼야 하는데, 하나의 사건에서 수많은 당사자에 대한 증거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사건을 개별 사건으로 처리하게 되면 해당 재판부에서 지나치게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한다. 제한된 역량을 지나치게 할애해야 하면 해당 소송은 물론 다른 재판절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재판부는 이런 기획소송이 민사소송의 이념인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는 것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다수당사자를 상대로 한 저작권자들의 무분별한 기획 소송에 제동을 건 셈이다.

공익소송으로 피고 측을 대리했던 오픈넷은 “이번 판결로 향후 형사고소에서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무분별한 저작권 합의금 장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다만 합의금 장사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19대 회기 종료로 폐기될 운명에 있는 ‘저작권 합의금 장사 방지법’의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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