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대체 핀테크가 뭐길래
[IT동아 권명관 기자] 핀테크(FinTech)는 Financial(금융)과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과 ICT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산업 및 서비스 분야를 뜻한다. 사실 핀테크는 지난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급속히 발전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기존 금융권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신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발전한 ICT 기술의 등장은 기존 금융이 담당하던 서비스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대체했다.
기자는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하나의 전환기로 보고 있다. 의외성을 띄고 있기 때문. 전통적으로 금융 산업은 보수적이었다. 금융 산업은 변화가 적고, 크게 변화하기도 어려운, 안정을 위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ICT 산업은 개방적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주변의 기술을 받아 들이며, 창의성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즉, 보수적인 금융 산업과 개방적인 ICT 산업이 융합하는, 지금의 핀테크는 흔치 않은 일임에 분명하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 대체 핀테크가 뭐길래
모든 경제 활동의 기초는 ‘거래’다.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한다. 거래, 즉 결제 수단의 변화를 한번 살펴보자. 과거 80년대에는 현금 거래 비중이 높았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으레 현금을 주고 받았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네 부모님들은 노란색 월급 봉투를 받았다. 월급 봉투를 받은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는 날에는 시장에서 금방 튀긴 통닭 한 마리가 들려있곤 했다. 월급 봉투 속 현금은 주판을 튕기던 어머니가 주로 관리했다. 한달 생활비를 빼곡히 적은 가계부를 보며 조금씩 현금을 나누던 어머니는 남은 돈을 장롱 속 이불 사이에 쿡 찔러 넣곤 했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기자는 첫 통장을 초등학교 시절, 농협에서 만들었다. ‘어린이 통장을 만들면 돈 귀한 줄 안다’라던 어르신들의 말이 기억난다. 그 이후 심부름 등으로 100원, 500원 용돈을 받을 때면 집 앞 농협으로 그렇게 뛰어갔다. 돈 모아 자전거를 사겠다는 일념 하에.
지금은 어떤가. 글쎄. 기자의 지갑 속에는 언젠가부터 현금이 없다. 1,000원 만 원짜리 지폐는 없고 신용카드 몇 장만 덩그러니 들어있다. 90년대로 넘어서면서 등장한 신용카드는 많은 것을 바꿨다. 2000년 이후부터 현금 거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전체 거래 금액 중 현금 비중은 15%로, 2000년 대비 45% 감소했다. 반면, 카드에 의한 거래 비중은 2006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2년에 이르러 60.5%를 차지했다.
시대의 변화는 지급결제 수단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아니, 결제 수단의 발전이라고 이해하자. 지금은 또 어떤가. 스마트폰과 이동통신의 발달은 모바일 결제라는 새로운 거래 수단을 탄생시켰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교통 요금을 지불하고,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곤 한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지인에게 커피 쿠폰을 선물하기도 하며, 모바일 뱅킹을 통해 송금도 보낸다. 가만, 그럼 우리는 금융과 ICT 기술을 융합했다는 핀테크를 벌써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스마트폰 이전, 인터넷과 PC를 이용하던 시대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 지인에게 송금을 하고, 통장을 만들었다. 증권 거래도 가능했다.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었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핀테크라면 바로 이 때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시스템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핀테크, 모바일 시대의 변화
2009년 애플의 아이폰3Gs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모바일 시대라는 말을 줄곧 언급한다. 스마트 혁명, 스마트 시대라고도 불리는 최근의 변화는 과거 PC와 초고속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변화했던 흐름을 또 한번 뒤바꾸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은 금융권에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자, 앞서 모바일 뱅킹을 한번 언급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PC에서 하던 작업을 모바일에서 진행할 수 있다.
이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까지 금융 서비스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 기관의 인증이 필요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로 변화하면서 점차 비 금융권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알리페이, 애플페이를 생각하자. 알리페이의 알리바바, 애플페이의 애플은 금융 기관이 아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조금씩, 알리바바와 애플과 같은 비 금융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편리하기 때문.
과거 사람들은 은행에 직접 찾아가서 송금했던 불편함을, 집에 놓인 PC를 이용해 인터넷 뱅킹으로 보냈으며, 이제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모바일 뱅킹으로 보낸다. 그 안에 담긴 수많은 보안 기술과 ICT 기술은 잠시 잊자. 이용하는 편리함만 생각하자. 실제로 모바일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전통적인 은행 창구는 조금씩 사라졌다. ‘은행 갈 일’이 없어지는 요즘이다. 증권 거래도 마찬가지다. 증권 거래를 위해 스마트폰, PC를 이용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이렇게 이해하자. 핀테크의 등장은 결국 사용자에게 보다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보다 쉽게, 보다 빠르게, 핀테크의 핵심
핀테크의 핵심은 편리함과 간편함이다. 보다 쉽게, 보다 빠르게.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사용자들은 결제부터 송금, 그리고 대출까지. 기존의 금융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문제가 남는다. 바로 보안, 인증 절차다.
자. 오프라인에서 현금을 주고 받을 때는 돈을 건네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인증 받을 필요가 없다. 대면거래. 상대방을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 위조 지폐가 아닌 이상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 상에서의 결제나 송금은 당사자가 맞는지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흔히 언급하는 공인인증서, 액티브X, 보안 모듈 등이 뒤따른다(공인인증서와 보안 기술은 따로 분류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중간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하나로 묶어 소개했다). PC에서 온라인 송금이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계속해서 나타나는 설치 창을 기억하는지. 이 중간 과정, 2차 인증 절차가 꼭 필요했다.
이제 사람들은 이 과정도 불편하다고 여긴다. 페이팔 서비스나 알리페이, 애플페이 등은 은행 계좌나 카드 등을 한번만 연결해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결제나 송금 등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결제할 대 필요한 중간 과정은 알아서 대행해준다. 금융 서비스의 핵심인 본인인증을 대신해주며, 카드 정보 입력이나 계좌번호 입력, ARS 인증이나 전화 인증, 보안 코드 입력 등과 같은 다소 번거로운 과정도 생략해준다(엄밀하게 말하면 이 역시 대행해준다). 즉, 계속 반복해서 입력해야 했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한번 입력하면 그 다음부터는 보다 간편하고, 쉽고, 빠르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두 업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어야
지금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지속적으로 결합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의 직접 결합이라는 점에서 다른 분야와 비교해 높은 주목을 받는다. 특히, 국내의 경우 핀테크 활성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올해부터는 국내 금융계 및 ICT 업체, 정부 등의 노력으로 핀테크 산업이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준비해야 할 것은 더욱 많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본인 인증 등과 같은 절차의 간소화를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규제 중심의 금융계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또한, 금융 업체와 ICT 업체가 협력해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고,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 거래의 핵심인 ‘보안’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보안은 금융권에서만 전담했지만, 이를 핀테크 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절차의 간소화는 두 업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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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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